아름지

내복(內服)

헤누기 2009. 12. 29. 02:33

내복(內服)

 

주먹만한 바람이 얼굴을

때리는 겨울맛이 한창이다

시린마음이 아려온다

  

나뭇가지의 떨림
바람의 울림에도

동그마니 서있는 나목을 바라보면

미안하여 내밀 낯이 없다

 

가족들과 저녁을 같이하기 위해 아들내외가 데리러 왔다
자동차문을 열자마자 손녀가 여느때처럼 반색을 띄며
"할배~"하면서 두 손으로 붙잡고 매달리는 옴포동한 손녀를 안아 준다 

이제 제법 컸다고 가슴에 안기는 것이 오방지다
뽀뽀세레가 멈추지 않고, 옆에서 누가들으면 알아 듣지도 못할 말이지만
손주와 할배는 주거니받거니 잘만 통한다


예약해 둔 식당의 우리 자리에는 방바닥이 뜨끈뜨끈하게 달구어져 있었다
엉덩이가 뜨거웠는지 손녀는 내 무릎팍에 걸터 앉는다
 반찬과 본 메뉴가 한상가득 채워지자
손주녀석은 차려놓은 반찬마다 휘뚜루마뚜루 거리며 나부대기 시작한다
말려도 소용없다 말릴수록 아망을 더 뜬다
커갈수록 더해 지는것 같다. 호기심이 자꾸자꾸 늘어간다

아이의 호기심이 상하지 않을 만큼만 제지를 한다
사실 식당에서 아이들이 휘졌고 다니는 것을 볼 때 눈살을 찌푸렸는데
적당한 범위 내에서 제제도 꼭 필요 하지만 

 아이가 커가는 과정이기에 이해도 필요 할 것 같다

 

된바람이 온몸을 짖누르고
새우등처럼 움추린 발걸음에
겨울맛이 한창이다

며느리가 성탄 선물이라며 내복을 건네 준다
손녀의 재롱
꽃게찜의 매운맛
쇠주 한 병으로  따뜻하게 몸을 달구었는데

벗을 것 다 벗고도

움추리지 않는

나목을 바라보면

미안하여 내밀 낯이 없지만

그래도 내복을 입고 따뜻하게 겨울을 날까합니다

 2009.12.26  The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