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詩골길

녹차꽃 앞에서

헤누기 2010. 12. 8. 23:57

 

 

 

 

 

 

녹차꽃은 10월부터 12월에 피고 절기상으로 상강에 그 향기 그윽하다
씨와꽃이 함께 함께있다 그래서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 부른다.

보성에서는 녹차꽃 축제 행사가  열리기도 하며 꽃말은 추억이다

 

차꽃은 흰빛을 띤 다섯 장의 꽃잎을 피우는데

이 다섯 장의 꽃잎은 차가 지닌 고(苦 괴로움), 감(甘달감), 산(酸실산), 함(鹹짤 함),
삽(澁떫을 삽)의 다섯 가지 인생 맛을 뜻하기도 한다.

선인들은 이를 인생에 비유하여 너무 인색하지 말고(鹹), 너무 티나게도(酸),
너무 복잡하게도(澁), 너무 편하게도(甘), 그리고 너무 어렵게도(苦) 살지 말라고 일러준다.

 

 

 

 

사격장에서 총소리가 날아드는 볼림산 자락의 자생 녹차밭

언젠가 이곳의 장군차를 소개했던 것 기억하는지요? 바로 그곳입니다.

녹차꽃이 핀다하여 벼르고 있었는데 깜박잊고 기껏 찾아나선 날이 겨울이 되어 버렸네요.

녹차꽃, 아직은 익숙하지 않아서 였을까?

그래도 나의 기대를 저버리 않고 꽃타래를 풀어 놓았습니다.

꽃들은 내가 아무리 사랑해도 의심하지 않고 나를 실망시키지 않지요.

그래서  꽃에게 이끌리게 되는 것이지요.

 

하얀꽃잎에 둘러쌓인 노오란 꽃수술에 코를 내미니  달짝지끈한 단내가  분칠을 한듯

속깊은 곳까지 달라 붙었습니다.

이것을 따다 차를 만들어 마시면 어떨까 하며 생각해 보았는데

꽃봉오리를 냉동 보관했다가 뜨거운 물에 띄워 마시면 향이 아주 그만이랍니다


이 가을에 하얗게 피어 초겨울까지  견뎌내기 위해서 인가 꽃잎이 두텁더군요.

조금은 투박해 보이면서 마치 이도다완같은 꽃이라해도 될 듯합니다.
겨우 몇 마리가 찾아든 벌들의 날개짓이 투명한 꽃잎에 그림자로 비칩니다.

 

더 예쁜 모습을 담기위해 차나무 줄기를 이리저리 들추어 보니 열매가 달려 있더군요

열매또한 박하향같은 향이나 이것을 따다가 방안에 둘까 했지만  향이 미미해 그대로 두었지요.

이 열매는 짙은초록과 흑갈색이 있었는데 초록에서 갈색으로 열매가 익는다고 합니다.

 

차나무는 뿌리로 번식하는가 싶었는데 씨로서도 번식을 하는 모양입니다.
아마 야생의 씨앗중에 가장 늦게 땅속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겨울의 눈바람을 맞을것 다맞으면서 새생명을 틔우는 차나무가 안스러워 보이기는 하나

봉림산 여기저기 흩어져 군락을 이루고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나 봅니다.


 

들꽃 보기가 힘든 초겨울에 녹차꽃 앞에서 호사를 했습니다
차꽃도 보고 달콤한 향과 신기하게도 열매에서 뿜어져 나오든 알싸한 박하향
집에 돌아와 초여름  이곳에서 따온 녹차잎을 따다 볶아놓은 것을 한스푼가득 떠다
유리잔에 담았습니다. 따뜻함을 빨리 느끼고 싶었고 노오란 차빛깔을 보기위해


따뜻한 차와 함께 깊어가는 겨울에 마음속 깊은 곳은 곳에있는 말을 끄집어 내어 봅니다

 


녹차꽃 앞에서

 

어린 새순을 따내고
꺽인 자리
다시 꽃들로 들어 차
별타래를 풀어 놓은 듯하다

 

꽃과열매
다복다복 달려
너와나랑도
그랬으면 좋겠다

 

잎이 다 떨어진 나뭇가지를 흔드는
딱다구리같은 너의 소리를
들어 가면서 살고싶다

 

벌들의 날개짓이 투명한
녹차꽃잎에 그림자로 비친다.
또 바라 볼 수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