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詩골길

단심(丹心) - 4

헤누기 2015. 2. 15. 20:53

 

 

제 가시로 찔러 터트린 그리움을
그대, 쇠잔한 가슴에 물들이고
산 아래로 낙조(照)처럼 날아가네

 

내 살갗에 따끔한 반점으로
은밀하게 붉힌 얼굴은
노을로 퍼져가는 아릿한 환희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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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홍매화는 가시를 촘촘히 달고서는 쉽사리 접근을 허락지 않았다.
매화의 가시는 수령이 길어질수록 퇴화된다고 한다.
유명한 특정 지역의 아름다운 자태보다는 못하지만
매력에 이끌릴 수 있게 하기에는 충분하게 붉었다.
결코 예쁘고 화려지는 않아도
겨울철 아랫목으로 모이게 하는 심지같다

 

한 매화를 두고 동박새와 나랑 실랑이가 벌어졌다.
나는 동박새가 매화앞을 날으는 장면을 기다리고
동박새는 내가 이 자리를 떠기만을 기다리고 앉았다
서로 눈치만 살피다 홍매는 노을로 번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