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누기 2015. 11. 26. 23:30

 

 

 

 

 

 

붉었던 산기슭

낙엽 벗은 나무는 광목 한 벌 갈아입고

백구처럼 짖어 된다.

텅 빈 시골길 대문까지 찾아온 첫손님

목련꽃 사각대는 하늘에 깃털을 털어놓고 지나간 자리에

하얀 발자국을 쌓아 놓았다.

노란색 말라가는 산국위에 또 한 송이의 꽃이 눈이 아리도록 피고 있다.

한 송이라도 더 피우겠다며 꽃피우기에 여염이 없다.

가을 위 겨울

겨울아래 가을

몽당건전지 심지를 꾹꾹 눌러 불도 켜고 군불을 지펴

애저녁부터 술상에 둘러앉아 수런수런 나누는 겨울이야기는

어느덧 산골짜기처럼 깊숙하게 들어왔다.

컵라면으로 해장을 하고 잠들기 전 오줌을 누러 나온 사이

대문 앞에 길을 터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