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詩골길
낮달, 꽃 피다(낮달맞이꽃)
헤누기
2018. 6. 7. 16:20
낮달, 꽃 피다
(낮달맞이꽃)
낮 기온만 놓고 보면 분명 여름이다
싱그러운 간절기의 녹우를 놓치고 싶지 않아 올림픽공원 솔 숲길을 택했다.
노릇노릇 낮 달이 피었다
밤늦게만 보게되는 세상 신랑들이
퇴직을 하고보니 해 바라기로 되었다
주책이라며 내몰아 세우고
신랑에서 영감으로 둔갑 시켜버렸다.
평소 카메라를 들고 다니다가
어제는 시집을 한 권 들고 공원에 앉았다
해를 이고사는 해 바라기들로 무성하다
렌즈로 꽃을 읽던 버릇
돋보기 너머로 책을 찍고 있자니
낮 달이 대가와 성가시게 한다.
노릇노릇 말 붙이기 쉬운 벗이 귀한 낮시간에 휴대폰에서 반가운 목소리로 부른다
온갖 야채로 비벼 큰숟가락으로 상추에 싼 보리밥
육중한 고등어 찜의 달달한 무즙이 막걸리와 천상의 궁합처럼
친한 벗 하나로 배 불렀던 점심은
위를 누르고 눈까풀이 아래로 처진다
낮달 만큼 낮술도 청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