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어가는 옥수수처럼 수염을 깎지 않을지라도
모자를 벗어 던지고 토시를 걷어내고
선크림을 씻어내어
뜨거운 햇살에 모가지를 치켜세우는 해바라기를 닮아 간다
느슨한 신발끈
꽉 끼이지 않는 저고리
헐렁한 바지,
자꾸만 줄어드는 내가 아니었으면
그대 향한 마음 변함없는 나 이었으면
파릇파릇한 수박 등껍질 같은 청춘은 아닐지라도
파릇파릇한 등껍질을 익혀
속살까지 익어 늙은 호박처럼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나이
주책 같은 건 모르는 나이
수박 속살 같은 청춘이야 지나갔다 지만
그대 향한 마음이야
굽은 골목길에서 휘둥그레 진 눈동자 휘어지는 일 없을 나이
입술을 대면
목구멍을 통해 뜨거운 가슴으로 타들어 가는 나 이었으면
2018.6.22 찍고( 경남 고성군 거류면 만화방초에서)
2018.6.22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