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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국을 바라보며

헤누기 2018. 6. 24. 13:31

익어가는 옥수수처럼 수염을 깎지 않을지라도

모자를 벗어 던지고 토시를 걷어내고

선크림을 씻어내어

뜨거운 햇살에 모가지를 치켜세우는 해바라기를 닮아 간다

느슨한 신발끈

꽉 끼이지 않는 저고리

헐렁한 바지,

자꾸만 줄어드는 내가 아니었으면

그대 향한 마음 변함없는 나 이었으면

파릇파릇한 수박 등껍질 같은 청춘은 아닐지라도

파릇파릇한 등껍질을 익혀

속살까지 익어 늙은 호박처럼

속내를 감추지 못하는 나이

주책 같은 건 모르는 나이

수박 속살 같은 청춘이야 지나갔다 지만

그대 향한 마음이야

굽은 골목길에서 휘둥그레 진 눈동자 휘어지는 일 없을 나이

입술을 대면

목구멍을 통해 뜨거운 가슴으로 타들어 가는 나 이었으면

 

 

2018.6.22 찍고( 경남 고성군 거류면 만화방초에서)

2018.6.22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