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목에 대하여>
복효근 詩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틔우고 꽃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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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다가 오는데
태풍"나리"가 우리 삶의 터전을 마구 흔들어 놓고 지나갔습니다.
내 삶의 수많은 가지들도 가끔은 흔들리곤 합니다.
그래도 내 삶의 뿌리가 흔들리지 않은 것은
나를 지탱해주는 내 가족들과 이웃들 그리고 벗들이 있는 까닭입니다.
언젠가는 복효근의 시처럼
나를 버티어주는 사라진 것에 대하여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나는 그날이 아주 느리게,
아주 아주 느리게 왔으면 좋겠습니다.
내가족, 그리고 든든한 나의 벗들이시여.
오래오래 제 곁에 머물러 주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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