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우곡사 가는 길
등산로를 따라
현호색이 솟대를 올렸다는 것은
봄꽃이 피었다는 것이다.
양지바른 언땅이 녹을 줄 몰라도
고로쇠 숲속에 촘촘히 박혀있는
얼레지
한낮을 산책하는 햇살이
우곡사 기왓장에서
반짝빤짝 빛나고
유난히도 긴 추위에
잔득 덮어쓴 가랑잎 밀치고
나온 산자고
이 골짜기의 안방마님
꿩의바람꽃
하얀 모시적삼 속으로
들어나는 S라인
허위허위 달려온
발걸음이 아니라도
풀석 주저 앉고 만다
작년에 은하수처럼 피었던 개별꽃
올해는 이름 그대로
개 별꽃이 되어 버렸다.
이름마저도 낮설은
물방제비꽃
시리고 긴 낮선 4월에
또롱또롱한 예쁜미소로
어김없는 약속을 지켜냈다
이꽃 다 볼려면
매일을 올라도 모자랄 시간
매일을 바꾸는 봄의 얼굴
마치 손주녀석
커 가는것 과도같다
2010.4.1 The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