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치의 망설임 없이 12월이 왔다.
천왕봉 또한 스스럼없이 겨울을 품었다.
꽃들은 씨앗을 땅속에, 나무는 뿌리를 더 깊숙이 내려
나이테를 늘리기 위한 동안거에 들어섰다.
많은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틈바구니에서 삭정이처럼 떨어져 앉아
움츠린 마음을 펼 요령으로 11월의 마지막 날
비릿한 파도소리가 비늘처럼 층층을 이룬 동피랑에서
강구안에 내리는 일몰을 바라본다.
붉게 물들어 뜨거운 것 같아 보여도 찬 것처럼 내 마음도 차갑기만 하다.
통영에서 가져간 허기를 삼천포수협활어센터에서
날것으로 채운 뱃속이 더부룩하다.
겨울을 견뎌낼 지방으로 시린 어깨를 덮어보지만
마음은 살얼음처럼 얼어붙는 듯하다.
대원사 산골마을에서 살찌운 짧은 호강이 외려 명치끝을 쓰리게 하고
눈 덮인 천왕봉 꼭대기처럼 손끝에서 파고드는 생인손의
아릿함을 동여매고 창원으로 돌아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