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詩골길

가을비

헤누기 2015. 11. 6. 21:31

 

 

 

 

가을비는 단풍잎에 유약을 덧칠하는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다.

일기예보 대로 낮에 보았던 청개구리 한 마리가 비를 예견하는 눈살미가 맵다.

밤 동안  작은 물방울들이 벌이게 될 전투에 우수수 떨어질 낙엽

이 밤 새고 나면 헐거워진 나뭇잎 사이로 시린 바람이 모여 들겠지.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핀다. 굴뚝으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연기들이

눈가에 빗물처럼 뿌리며 지나간다.

따뜻한 카푸치노 한 잔이 아니라도 얼큰한 막걸리 한 사발로도

지친 하루를 풀기에는 충분한 호사다.

황토방 구석구석에 배인 불 내음과 그을음은 뜨끈뜨끈한 아랫목에서

숨이 콱콱 막히게 한다.

 

   -  지리산 대원사 골짜기 친구네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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