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루한 분교 시절을 옴시레기 보듬고 살아온
늙은 매화나무
텅 빈 묵은 교실에서 입덧을 한다.
통도사 자장매 춘제를 올리고 청원을 한다.
공곶이 동백 붉은 순교의 뱃길을 턴 날
가슴에서 뽑아 올린 돛을 펄럭이며 항해한다.
봄 한채 가득한 화려한 귀항을
구조라 바다의 샛바람도 가벼이 허락하지 않았던
노산의 입덧은 한 번 피었다 시들면
다시 필 수 없는 사람에게는 시새우는 일이다.
삶의 간이 눅눅하게 배인 식당에서
함께 익어가는 막걸리에 기대어
가슴에서 뽑아 올린 은결든 몸짓
신산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그물에서 건져 올린 일몰이 보드라운 모래 위에서 퍼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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