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詩골길

변산 바람꽃

헤누기 2016. 3. 5. 20:20






바람꽃



바람소리 빗소리 배경으로 깔린 산 그림자 속에서
꽃샘추위에 묶인 쇠사슬 풀어내어 제 몸보다 덩치 큰 꽃 머리를
당차게 바쳐 들고 사는 맨몸 하나가 유일한 삶의 도구다.
햇살의 부스러기를 붙잡아 두고

하얀 머리맡에 세차게 흔드는 바람을 껴안으며

한 송이 한 송이 하얗게 입성으로 차려입었다.
작은 꽃이라 허리를 굽힌다고 해서 아프다 말하지 말아야 한다.
꽃송이 하나하나씩 보석을 캐 듯 빛바랜 세월을 내려놓는 일이라
무릎을 꿇어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술렁이는 꽃바람에 쉬어가다 보면 지워진 봄길이 환하다.


구름의 흐름은 바람이요
숲의 소리도 바람이라
보이지 않으나 흐르는 구름을 보고
들리지 않으나 사각대는 숲소리 듣게 되니
정녕 내 곁에 있음 이리니
그렇게 살리라


늘앗골 산기슭에서 싱싱한 삶을 흔들며 꽃밭을 일구어 놓고
그리움으로 찾아오는 봄바람에 눈먼 사람만 살갑게 맞이 한다.
바람을 만나고 바람소리를 먹고살아 바람꽃
봄길의 눈앞에 싱싱한 바람을 일으키는 바람꽃
가장 큰 사랑은 바람처럼 보이지 않게 바람처럼 흔드는 법이다.
봄을 시샘하는 것들을 날려 보내고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다.



(늘앗골 : 경남 고성군 상리면)















'꽃피는 詩골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 제  (0) 2016.03.11
황수정 산수유  (0) 2016.03.08
봄길 꽃같은 해금강 일출  (0) 2016.03.03
춘당매  (0) 2016.02.21
매화의 속살을 만나다  (0) 2016.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