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詩골길

오작교행

헤누기 2016. 8. 8. 01:12

 

 

 

 

오작교행

 

63년 전 뜨거운 칠월의 하늘 아래 장지벌판

햇살 보다 더 따갑게 살을 태우는

아군의 폭격기에서 총알이 쏟아 붓는다.

나의 할머니는

핏덩어리 사촌 누님을 온 몸으로 감싸며 달려 보았지만

칙칙 달라붙는 뻘 구덩이에 파묻히고

물 밤송이의 날선 가시는

할머니의 등 뒤를 깊숙이 찌르고 누님의 심장까지 닿았다.

캄캄한 밤하늘에 오작교를 건너 가셨다.

 

곽데미산(여항산)에서

아군과 교전 증이던 북한군이 마을로 내려오고

우리 동네 사람들은 장지벌을 지나는 피난길에서

아군의 폭격기에 집단 몰살을 당했다.

그 후로 칠월칠석날 전날 밤인 오늘은

중임부락에서는 은하수를 항해하는 오작교행 여름밤이었다.

 

오늘도 그날처럼 뜨겁다.

북의 핵과 남의 사드는 여름 내내 뜨거울 것 같다.

뻘 구덩이 같은 세상 속에서도

내 고향 아라홍련 만발 하였네

  

'꽃피는 詩골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똥별  (0) 2016.08.13
상사화  (0) 2016.08.11
무제  (0) 2016.08.02
칠월의 꽃길  (0) 2016.07.26
하늘말나리  (0) 201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