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행
63년 전 뜨거운 칠월의 하늘 아래 장지벌판
햇살 보다 더 따갑게 살을 태우는
아군의 폭격기에서 총알이 쏟아 붓는다.
나의 할머니는
핏덩어리 사촌 누님을 온 몸으로 감싸며 달려 보았지만
칙칙 달라붙는 뻘 구덩이에 파묻히고
물 밤송이의 날선 가시는
할머니의 등 뒤를 깊숙이 찌르고 누님의 심장까지 닿았다.
캄캄한 밤하늘에 오작교를 건너 가셨다.
곽데미산(여항산)에서
아군과 교전 증이던 북한군이 마을로 내려오고
우리 동네 사람들은 장지벌을 지나는 피난길에서
아군의 폭격기에 집단 몰살을 당했다.
그 후로 칠월칠석날 전날 밤인 오늘은
중임부락에서는 은하수를 항해하는 오작교행 여름밤이었다.
오늘도 그날처럼 뜨겁다.
북의 핵과 남의 사드는 여름 내내 뜨거울 것 같다.
뻘 구덩이 같은 세상 속에서도
내 고향 아라홍련 만발 하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