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
가을을 반반씩 나눈 날
기도를 올리다 말고
일주문 뒤란에 퍼질러 앉아
붉음으로 번져버렸다.
이별하는 인연이라지만
부처도 임도
기도와 같은 것이라
당간지주 꼭대기에 걸려있는
가을은 깊숙이 앓아가고
더 깊숙이 삼켜야 하는
그 후로도 기도와 같은 것
피안(彼岸)의 붉은 강을 건너는
부처도 임도
가을처럼 오지 마시라
가을처럼 번지는 내 마음은 어찌하라고
불갑사 피안의 가을 길에서 2016년 추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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