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붉음 헤치며 레일 위를 걷는
사루비아의 깨소금 같은 청춘이 곱다
떼지어 흔들고 있는 꽃머리 속으로 열차가 도착한다.
마중할 사람도 없는데 우두커니 서 있는 내 어깨를 툭 치며
코스모스는 말을 건네온다.
혼자예요
늘 혼자였던 같아요
같다뇨
그래요, 보고나면 보내야 하고
만나고나면 떠나야 했으니까요
가을이 붉어지면 결국 떠나지요
불개 탄 가슴이라고 끄지지 말라는 법 있나요
가을은 와도 보내야 하잖아요
멀어지는 열차만 계속 바라보고 있을래요
자, 갑시다
저기요, 잠간만
이 넓은 꽃밭에서 한송이 떨어졌다고 해서
티도 나지 않을 것처럼 잊어 버리세요.
-- 코스모스축제가 열리고 있던 북천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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